대운하에서 4대강 사업으로!
상태바
대운하에서 4대강 사업으로!
  • 배문호
  • 승인 2023.03.1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전과 같은 자연은 원래 그대로 두어야 한다.
배문호 작가(토지주택대학교 겸임교수, 도시계획학 박사)​
배문호 작가(토지주택대학교 겸임교수, 도시계획학 박사)​

강물은 생명과 문화를 잉태하고 기적을 낳는다. 한 방울, 한 방울 빗물이 모여 실개천을 이루고 그 실개천이 고을을 굽이쳐 내려와 내와 천()이 되고 하천은 마을과 산천에 수많은 생명을 뿌리며 강을 이루고 바다로 나간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 초 여름방학이 되면 고향인 경북 고령군 낙동강 지류인 하천에서 멱감고 물장구치고 물잠자리 잡고 뛰어놀던 추억이 있다. 강과 내는 그냥 그대로 흐르게끔 가만두어야 하는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이러한 국토를 헤집는 한반도대운하사업을 5년짜리 권력을 잡았다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다. 국회의원 이명박은 19967,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운하 건설을 주장한 적이 있다. 이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대중교통체계 개선사업과 청계천 복원에 성공(?)하자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더 큰 꿈을 가진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사업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의 청계천 사업이었다.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후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20068. 부산 을숙도에서 충주까지 직접 탐험해 보고 운하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200610월에는 유럽 여러 나라의 운하 탐사도 다녀왔다. 독일의 뉘렌베르크(Nürnberg)를 방문하여 RMD운하를 살펴보고 내륙의 항구도시 뒤스부르크(Duisburg)도 둘러 보았다. 그는 점점 더 한반도대운하에 대하여 확신을 갖기 시작한다.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금강을 문경새재에서 연결하려는 생각이었다. 대운하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균형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325일에는 2,466명의 전국 교수들로 구성된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이 결성되어 출범하기도 하였다.

이명박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무효화 정책과 4대강(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사업을 추진했다. 세종시 사업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정부의 일부 기관을 충청도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부기관의 분산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이유로 들어 반대했다. 당시 정운찬 총리가 앞장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근혜와 친박계 의원들이 세종시 무효화를 반대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청도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야당 인사들을 선출함으로써 세종시 계획은 일단 그대로 추진될 수 있었다. 세종시 계획을 무산시키려는 노력은 실패했지만 4대강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20084,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한나라당을 제외한 통합민주당 등 5개 야당도 일제히 대운하 건설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사업이 촛불시위 등 국민적인 반대와 운하특별법 제정이 무산되어 실행되지 못했지만, 한강과 마찬가지로 주요 강을 정비함으로써 자연재해를 막고 국토를 정비하겠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란 버전으로 변환되어 200812월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20124월에 완료되었다.

당시 정부의 계획을 살펴보면, 마스터플랜 1면에서 4대강 사업은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라 물 확보, 홍수예방, 수질 개선, 친수 공간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15조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1년까지 약 14조 원을 투자하여 제방보강, 하천 환경정비, 자전거길 조성 등을 추진한다. 안동 등 7개 선도 지구는 200812월부터 순차적으로 착공한다. ‘경인 아라뱃길은 민자 사업에서 공기업인 수자원공사 주도로 사업방식을 변경하여 2011년 완공한다. 부산·경남지역 물 문제 해소를 위해 남강댐 용수능력을 증고하고 강변 여과수(濾過水) 개발, 광역상수도 건설 등을 통해 맑은 물을 공급한다. 특히, 안정적이고 충분한 용수 확보를 위해 2009년 중으로 정부의 댐 장기계획을 수정하여 신규 댐 건설과 소규모 노후 댐 보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2008년 초 과천의 수자원공사 수도권사무실 내에 국토해양부 대운하TF팀을 몰래 만들어 추진하였다. 이후 200926일 대통령 훈령(4대강 살리기 기획단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장관 소속하에 ‘4대강 살리기 기획단과 집행기능을 위한 지방 국토관리청 내 ‘4대강 사업팀을 구성하였다. 200911월에는 기공식을 하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정부의 4대강 사업 내용은 당시 여건상 그 시기에 반드시 꼭 하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꼭 하여야 할 절체절명의 이유는 없었다. 수문학자, 하천학자들은 하천은 가급적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인간이 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인공 보(: 하천에 둑을 쌓아 만든 저수시설)16개나 설치하고 깊이 7m5.7의 준설,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고 댐을 건설하고 정비하는 것은 대운하를 전제로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운하반대 전국교수 모임은 당연히 반대하였다.

반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은 물 부족 해결책도 아니다. 전국 하천 길이(64,901)1% 하천(4대강 사업이 실시되는 총 길이 634) 공사로 홍수를 예방할 수 없다. 홍수예방을 위한다는 강 준설의 진짜 목적은 대운하 건설을 위한 것이다. 낙동강 하굿둑에는 썩은 녹물만 가득하다. 강변 농경지에 농사짓는 농민들을 쫓아내는 사업이다. 강의 수질은 물의 양보다 흐르는 속도가 중요한데 보의 설치가 이를 방해한다. 수많은 반대이유가 존재하였다. 결론적으로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자연 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를 파괴하는 반생명적 환경 재앙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반대 주장에 이명박 정부는 충분히 해명하지 않았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전환경성 검토도 생략하여 환경영향평가와 통합하여 운영했다. 사전환경성 검토라는 본질을 아예 무시한 것이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보수 세력의 높은 결집력과 지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청와대 집무실에 4대강 사업 공사 진행을 파악할 목적으로 CCTV까지 설치하는 열의를 보이면서 강행했다. 최종적으로 222천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대한민국 건설업체들만 먹여 살렸다. 국토 및 건설업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거짓말과 혹세무민을 일삼는 교수들을 총동원한 4대강 사업은 큰 실효도 없이 수질 환경만 파괴하였다. 만약, 진정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우선 한 개의 강을 먼저 시범적으로 해보고 그 영향과 결과를 분석하고 나서 평가결과가 좋으면 하나씩 점차적으로 하는 것이 더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34만 개나 되는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였지만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1960년대처럼 인부들이 등짐으로 하는 공사가 아니었다. 내가 본 4대강 공사현장(경인운하 현장)에는 인부들은 별로 없었고 포크레인 등 중장비만 가득하였다. 중장비만 오가는 준설, 수중보 건설, 제방 보강, 댐 건설, 하천 정비는 한마디로 국토개발 시대로 복귀였다.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잠자코 있던 감사원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4대강 사업 감사를 실시하여 2013710일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TK)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 감사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이명박의 대운하 중단 선언(2008.06.) 이후인 20092월 청와대는 국토부에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극비 지시를 내렸으며, 이명박은 국민에게 대운하 포기를 발표하고, 한편으로는 국토부에 운하 건설 지시를 내리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대운하를 염두에 둔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림산업으로 구성된 경부운하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건설사들의 담합 정황에도 41,000억 원 규모의 1차 턴키(TK) 공사를 발주해 담합을 방조, 엄청난 예산을 낭비했다. 대운하를 염두해 두고 규모를 3배 가까이 늘리는 과정에서 수심유지를 위한 유지관리비 증가, 수질관리 등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공정위는 4대강 담합 사건 처리를 1년 이상 방치했으며, 12개 건설사에 1,5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사를 고발한다는 사무처의 의견을 8개사에 1,115억 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으로 축소했고, 이에 대한 회의록조차 기록하지 않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포석을 깔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감사결과,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위한 건설 사업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이명박이 국민을 기만하였고, 국토부는 진실을 은폐했으며, 공정위는 비리를 눈감는 등 행정기관이 총체적 범죄행위에 가담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의 효과로 물 부족 해결, 홍수예방, 수질 개선, 34만 개 일자리 창출을 주장했다. 그러나 물 부족 해결도 거짓말이요, 홍수예방도 거짓말이요. 수질 개선과 34만 개 일자리 창출효과도 거짓말이었다.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이명박 주변 인물들과 건설업계를 위한 돈 잔치로 22조 원이 투입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4대강사업 같은 자연파괴적인 행위가 국토나 토지 분야에서 벌어질 때 그것이 한 번 변형되거나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국토 공간의 비가역성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마땅하다. 4대강 사업의 영향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만 미치지 않는다.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다 영향을 받는다. 더구나 자연에서의 어떤 결과를 낼지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