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사업도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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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엑스포 사업도 경험하다
  • 배문호
  • 승인 2022.12.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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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및 지방정부가 공범이 되어 공기업에 손실을 끼친 사건
배문호 작가(토지주택대학교 겸임교수, 도시계획학 박사)​
배문호 작가(토지주택대학교 겸임교수, 도시계획학 박사)​

20081년간 안식년(?)으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AMP 과정을 막 마무리하고 2009년 초에 집에서 며칠 쉬고 있었다. 20091월 중순, 회사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수엑스포추진단장으로 회사 인사명령이 났다는 것이다. 아니 이건 뭐지? 머리가 혼란한 가운데 잠시 후 회사 담당 임원(강용구 이사)도 전화해서 당장 회사로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갔더니 이미 사전에 투입되어 있던 직원 2명하고 여수엑스포사업에 대하여 이사로부터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좀 황당했다.

상황은 이러하였다. 첫째, 주공이 국책사업인 여수엑스포사업을 정부의 강압(?)에 의해 불가피하게 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이미 여수엑스포 행사 일정은 국제적으로 정해져 있어 역산하면 절대적인 사업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 셋째, 사업수지가 대규모 적자가 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3가지 난제를 해결하면서 해당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업은 회사 내 엔지니어(토목, 건축 등) 출신들이 진행한다. 그들은 다 발을 뺐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남해안에 위치한 천혜의 관광, 해양 자원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순신의 전라좌수영 진남관이 있는 항구도시이다. 특히,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미래에 크게 성장할 꿈을 키우고 있었다. 엑스포를 통해 바다와 연안의 성과를 공유하고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해안의 작은 도시 여수는 박람회 개최를 위해 기존 도로, 철도, 항공, 해운 등 교통 인프라를 크게 개선하여 여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었다.

여수엑스포는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유일한 큰 규모의 국책사업이었다. 여수시 수정동 여수신항 및 덕충동 일대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부지 면적은 1,745이다. 이 사업은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동석 : 1938)가 주관하고 박람회장 부지조성사업인 충정지구 개발사업은 토공이 이미 진행하고 있었고, 주공은 엑스포타운 지구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각자 맡아서 할 예정이었다. 여수 엑스포타운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참가자들의 숙소(1,442호 아파트)와 임시주차장(700)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20091월 인사발령 3일 후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루종일 사업후보지 경계, 내부 여건, 지장 건물, 주민들의 삶, 주변 여건을 살폈다. 오동도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해당 지역은 박람회장 바로 맞은 편, 허름한 산동네, 달동네였다. 지방 중소도시의 허름한, 서민들의 애환이 스며 있는 동네에 불과한 곳이었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세계박람회라는 총 사업비가 2389억 원이나 소요되는 국제행사를 유치만 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치를 능력이 없었다. 자연히 정부의 지원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국회에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2012 여수세계박람회지원특별법이 제정되고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서울 계동 현대그룹사옥에 입주하여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한 공무원들이 파견되어 범정부적인 과업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에 주공도 급히 별도의 전담 조직인 여수엑스포타운 추진단을 조직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였다. 여수엑스포는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를 주제U-엑스포, 그린엑스포, 디자인엑스포, 문화엑스포를 지향하여 93일간 진행되는 국제적인 행사였다. 이를 위해 2009120, 본사에 6, 전남본부에 12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된 별도의 전담조직을 편성해 운영하였다. 20096월부터 토지보상을 시작해 20123월에 사업을 완료해야만 했다.

그러나 사업부지 현황, 지장물 조사도 되어있지 않았다. 20123월까지는 모든 공사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절대적인 사업기간이 부족하였다. 당장 여수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32일부터 직원 1명에 아르바이트 6명씩 6개조(36)를 편성하여 조사에 들어갔다. 일부 주민들의 방해도 있었다. 조사 후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해야 했다.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감정평가법인은 주민추천 법인과 주공이 선정한 한국감정원 목포지사로 진행했는데 전라남북도에 있는 감정평가사 30여 명을 투입해서 8월에 평가를 마치고 821일부터 1개월간 협의보상을 진행하여 930일에 전라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신청을 하여 1차적인 법적절차를 마무리하는 강행군이었다.

더군다나 주공이라는 조직은 곧 역사적으로 사라질 운명이고 통합이 101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 이 사업을 결정하고 지시한 사람들은 회사를 떠날 것이다. 필자는 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면서 사업을 진행했다. 모든 프로젝트는 패스트 트랙으로 마스트 플랜을 다시 짜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였다. 토지보상과 별도로 설계, 견적, 발주도 병행하였다. 20099월에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되었고 정운찬(1947~ )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여수 신항에서 기공식을 하였다.

또한, 여수항만을 폐쇄해야 하고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여수 항운노조에 대한 보상도 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법률상 기준도 없었고 사례도 없었다. 여수항운노동조합은 항만노무인력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기관으로 노무공급권 상실에 대한 대책과 하역인력 87(퇴직자 68, 전환배치희망자 19), 운송인력 10, 97명의 일자리 상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했다. 그들은 엑스포사업으로 항만이 없어져서 생계의 터전이 없어지게 되어 있었다. 연구용역(2009.04.1411.30)에 따라 조직보상비, 작업장 소멸위로금, 전환배치자 보조금, 퇴직위로금 등으로 약 100억 원 이상이 지급되었다.

엑스포타운은 약 536,0005,500억 원을 투입하여 종사자 숙박시설 1,442호에 6,000명이 3개월 간 임시 거주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관람객 임시주차장 700대가 가능하도록 이루어지며, 컨셉(concept)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일반분양을 통해 천혜의 자연환경 등 유리한 입지조건을 활용한 휴양형 주거단지로 일반 시민에게 공급 예정이었다.

필자는 사업단장으로서 주공이 이 사업을 진행할 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니 차라리 대규모 유람선을 외국에서 3개월간 여수항에 정박하게 하여 부족한 숙박시설을 해결하는 것이 어떠냐는 대안을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직위나 여수시는 행사장 바로 앞 달동네를 개발하지 않고는 국제적인 행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주공은 사업 손실이 1,000억 원 이상 발생이 예상되었으나 정부로부터 570억 원의 보조금을 받으며 거의 강제적으로 떠맡다시피 했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지방정부(전남도, 여수시)에서 자신들의 도시발전을 위해서 우선 유치하고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고는 나 몰라라 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를 하면서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정권의 이익을 위해 공기업에 많은 부채를 떠안게 하였다.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행사를 하면서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공범(?)이 되어 LH라는 공기업에 많은 손실을 끼쳤다. 통합공사 LH는 토공의 여수충정지구 부지 조성공사(2009.11월 착공, 2012.04월 준공)와 주공의 엑스포타운 공사(2010.05월 착공, 2012.03월 준공)를 모두 맡아서 하게 되었고 엑스포사업 과정에서 토지보상비와 이주대책비가 불가피하게 많이 지출하였다. 친환경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조직위원회의 억지(?) 지침에 따라 토지이용계획, 건폐율과 용적률에서 제한이 많아 사업성이 매우 낮았다.

그러나 거대 조직력을 갖춘 LH의 경험과 저력, 시공사 현대건설의 돌관공사로, 박람회장 부지조성공사와 종사자 숙박시설인 엑스포타운(1,442)은 차질 없이 건설되었다. 정해진 시업 기간 내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하고 조직위에 시설물을 인수인계하였다. 그럼으로써 ‘2012년 여수엑스포라는 국제행사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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