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과 행복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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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과 행복주거
  • 배문호
  • 승인 2023.04.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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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드러난 공공주택정책이었다.
배문호 작가(토지주택대학교 겸임교수, 도시계획학 박사)​
배문호 작가(토지주택대학교 겸임교수, 도시계획학 박사)​

‘행복주택’이란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주택’과 결합하여 ‘행복주택’이라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탄생하였다. 공공주택에 추상적이고 어정쩡한(?) 단어가 붙은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탄생되었다. 박근혜의 부동산 관련 대선공약 키워드는 ‘행복주거’였기 때문에 당선된 이후 충성하려는 관료들의 열정(?)으로 다소 추상적인 ‘행복주택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서민들이 집 때문에 불안해하고 임차인들도 급등하는 전세가격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는 것을 핵심적인 사업으로 보았다. 

2013년 4월 1일, 박근혜 정부의 최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4.1대책)이다. 제목과 다르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같은 투기를 조장하는 대책도 있었다. 여기에 행복주택 내용도 들어 있었다. 2012년 10월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 5년(2013∼17)간 행복주택 약 2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행복주택은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청년 등 젊은 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여기에 고령자, 수급자, 산업단지 근로자들에게도 부담 가능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한다. 2013년 중에 6∼8개 지구에서 1만 호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마음이 급한 박근혜 정부는 당장 2013년에 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며 거창하게 발표하고 바로 다음 달(5월)에 시범지구 7개 지구를 시급히 선정한다.

공공임대주택을 도시 외곽지역보다는 수요자의 직장과 학교에 가까운 도심 내에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 5년간 총 20만 호의 행복주택을 도심 내 철도부지, 유수지, 유휴 국·공유지내 건설하려는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정부가 행복주택을 정의한 개념은 이러하다. ‘청년, 신혼부부,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젊은 계층의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국가 재정(30%)과 주택도시기금(40%)의 재원으로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학교, 직장 등 직주근접이 가능한 부지를 활용하여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나머지 30%의 재원은 입주자가 부담하는 보증금과 임대료이다. 여기서 청년은 만 19∼35세를 말한다. 공급을 하다 보니 지방에서 입주자 모집이 부진하자 그 대상을 산업단지 근로자,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로 확대한다. 당초 청년들을 위한 취지가 퇴색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등 도심내 공공이 보유한 저렴한 토지를 활용하여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철도부지 4지구는 서울시 오류, 가좌, 공릉지구 그리고 안산시 고잔지구에, 유수지(遊水池) 3지구는 목동, 잠실. 송파지구 등 총 7개 지구 49만㎡를 지정하였다. 그러나 해당 7개 지구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극심해지자 2013년 12월에는 ‘행복주택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당초 5년간 20만호 공급계획을 조정하여 슬그머니 14만호로 축소하여 버린다.

주택을 짓는 대상 부지도 철도 부지나 유수지 등 도심에 공공이 보유한 저렴한 토지를 활용하겠다고 하였으나 사실 처음부터 이런 곳은 많지 않았다. 유수지 3지구에서는 한 채의 집도 짓지 못했다. 그래서 대상 부지를 다양화 한다면서 기존 신도시에도 일부 건설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1개 1,700호, 경남 양산신도시 1개 900호, 서울 삼전 40호, 부산 해운대 좌동에 100호 등 전국적으로 자투리땅에 산발적으로 지으면서 정책의 취지를 많이 퇴색시켰다.

여의도에 가까운 오류역 역사부지에 인공대지를 설치하여 행복주택 1,500호를 건설하겠다던 계획도 890호로 축소되었고 공릉지구는 200호에서 100호로 만족하여야 했다. 또한 행복주택은 규모면에서 전용면적 60㎡이하가 원칙이나 주로 16㎡, 21㎡, 26㎡, 36㎡, 44㎡로 좀 작은 것이 흠이다. 부족한 부지에 공급을 많이 하려고 하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신혼부부의 경우 가족이 늘 것을 대비해 제일 큰 44㎡형을 공급하기로 하였다. 한편, 행복주택의 선정방법은 입주대상 계층별로 소득 및 자산기준이 부합하는 신청자에 한하여 개별적으로 평가하여 요건을 충족하면 입주할 수 있게 했다.

행복주택정책은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성급히 발표된 대선공약의 문제점, 그리고 이를 구체화시켜야 하는 관료들의 역량부족, 부지선정의 문제점,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대로 건설되지 못하였다. 주요 공급주체인 LH는 2015년도에 40호를 공급한 이래 16년 9,827호, 17년 11,706호, 18년 29,806호, 19년 20,138호, 20년 19,083호, 21년 27,979호까지 총 118,579호 공급에 불과하였다.

당초 2017년까지 2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 4년이 미루어진 2021년에 되어서도 겨우 59% 정도 밖에 이행되지 못했다. 이러한 행복주택이라도 처음 세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서울의 집값은 그렇게 폭등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실현가능하게 현실적으로 수립되어 집행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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