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는 하나님의 오른손에 감추어져 있다가(계 5:1) 예수 그리스도에게 위임된 두루마리(계 1:1; 5:7)의 내용이 사도(혹은 선지자)에게 보이고 들려지게 되기까지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반면 예언은 사도에 의해 계시가 교회에 선포(설교)된 것, 곧 복음 증거를 의미한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계 1:1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고 하였다가 자기가 본 것을 다 증언하였다고 말한 후에 계 1:2-3에서는 ‘예언의 말씀’이라고 한 것이다(벧후 1:19-21에서도 단순히 미래에 일어날 일만을 예언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기록된 성경의 내용을 ‘예언’이라고 말한다). 한편, 예언은 사도에 의해 예언된 것을 교회가 다시 세상에 재 선포(복음 증언)하는 것도 함축한다. 계 10:11, 11:3, 6에서 교회가 요한으로부터 받은 예언을 세상에 재선포한 것을 예언이라고 말하고 있고, 11:7에서는 복음 증언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언은 두루마리에 담긴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보여주는 성경계시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단지 미래에 일어날 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계시는 하나님께서 감추어진 것을 보여주신 신적인 성격(하나님의 활동 사역)이 강한 반면, 예언은 그 신적인 계시가 인간의 중재 역할에 의해 옮겨지는 인간적 성격(인간적 활동 사역)이 강하다. 계시가 예언을 능가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기에 오늘날 소위 신령한 목사들이(?) 계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사도적 계시가 계속된다고 말하는 것은 완성된 구원계시를 선언한 교회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사도와 목사의 사역 사이에는 연속성도 있지만 불연속성도 있다. 사도와 목사의 사역이 동일하게 예언의 말씀을 해석하고 성도들에게 선포(설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연속성을 보여주지만, 계시의 통로 역할은 목사가 할 수 없고 사도만이 한다는 것은 불연속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도와 목사의 사역이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예언은 계시와 긴밀한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계시를 배제한 예언을 생각할 수 없다. 예언의 말씀인 성경계시를 특별계시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별히 사도 요한에게 계시되고 요한에 의해 기록되고 증언된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완성한다는 것이 예언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시작된 하나님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예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재림 때 일어날 일은 크게 교회 구원 완성과 세상 심판 완성, 이 두 가지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말미암아 교회 구원을 완성하고 하나님 나라를 완성하신다는 것이 요한계시록의 핵심적인 예언의 내용이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세상 심판이 완성된다는 것이 부차적인 예언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성경 전체의 예언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성경적 예언이 하나님의 구속계획의 성취를 향하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성경적 예언은 단지 미래에 일어날 일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교회를 의와 거룩한 공동체로 세우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성경적 예언이 교회에게 죄와 사탄과 세상과 싸워 이기는 무기가 되게 하고(계 2:26-27; 19:13-15), 그럼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완성시키는 능력이 되게 하는 것이다(계 21:7). 이러한 이유로 요한계시록에서는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고 지키는 자들이 복되다고 한 것이고(계 1:3; 22:7), 교회를 향하여 일관되게 하나님의 복음의 말씀으로 끝까지 싸워 이기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교회는 이 요청에 따라 기록되고 선포된 예언의 말씀을 읽고 듣고 지킬 뿐 아니라(계 1:3; 22:7) 세상에 재선포(예언)하는 영적 전쟁을 수행함으로써(계 10:11; 11:3, 6)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